달리기와 직장생활

오랜만에 작성하는 블로그 다이어리.

지난 1년 동안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배우고 있었고, 생각을 비우기 위해서 시작했던 취미생활은 어느 순간부터 꾸준히 해야하고, 해내야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었다. 평소에 가지고 있는 사고의 공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고민과 상상을 펼쳐낼 시간이 필요했다.

며칠 전에 문득 샐러드가 먹고 싶어서 밖으로 나갔다가 햇볕이 참 따스해서 무작정 걸었다. 목적지 없이 발걸음이 이끄는대로, 시선이 가는대로 걷다보니 어느덧 가본적 없는 동네 골목에 서 있었다.

그 곳에는 처음 발견한 책방과 그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 아늑하게 꾸며놓은 자그마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커피향과 웃고 있던 사장님, 기억나지 않는 빨간 간판이 달린 중국집 앞에서 나랑 같이 낮을 즐기던 나이 지긋해 보이는 강아지까지. 참으로 다양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철학가들이 산책을 하면서 영감을 얻었던 것 처럼, 나도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시작으로 내 생각의 문을 열기로 마음 먹었다.


산책대신 달리기를 시작하다

집 앞에 탄천을 따라 걷다보니, 정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밖을 즐기고 있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친구 혹은 가족이랑 얘기하면서 걷는 사람, 드라마를 보면서 운동을 목적으로 걷는 사람, 다리 아래에서 스쿼시를 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보드를 타는 아빠와 아들 등.

평소보다 예시를 많이 드는 글이 될 것 같은데, 눈에 들어오는 참으로 다양한 장면들이 인상깊었나보다.

첫 일주일 정도는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는게 더 끌렸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무래도 ‘힘들지 않다’는 이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코로나라는 핑계로 뒹굴거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처음 계획했던 생각 비우기와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숨이 거칠어 보이는데도 멈추지 않고 달리는 모습.
눈에 들어오는데 거창한 이유가 꼭 필요한가? 멋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지.

그래서 나도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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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까지는 도달했다!


속력과 거리에 대한 생각

중학교 수학시간에 배운 공식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일명 ‘거속시’
‘거리= 속력 x 시간’ 을 의미하는데, 달리기를 하면서 이 공식에 대한 생각에 빠졌다.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를 보면 빠르게 달려가던 토끼는 어느 지점에서 낮잠을 잤고, 느리지만 꾸준하게 움직이던 거북이가 먼저 결승선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토끼가 낮잠 없이 끝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토끼가 우승을 거머쥐었을 것이다.

비록 교훈을 주기 위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나는 결과에 대한 이유를 고민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저런 상황이 생겼을 때, 토끼는 왜 낮잠을 잤을까? 라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정말 단순하게도 ‘피곤해서’ 라는 이유이지 않을까 결론을 내렸다. 본인이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무리 빠를지라도, 단거리 육상선수가 장거리 육상을 어려워 하듯이 토끼도 빠르게 달리다가 체력이 부족해서 졸렸던게 아닐까?

토끼와 거북이의 얘기가 직장생활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각자의 속도가 다르지만, 길게 보면 결국 누가 멀리 나아갔는지로 판별되니까.

나는 토끼와 거북이가 되고 싶다.
때로는 토끼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때로는 거북이처럼 우직하게 나아가는 그런 개발자.
마치 내가 하고 있던 달리기처럼.

어떤 속력을 가지고 달리던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다양한 속력으로 달리더라도 결국에는 내 페이스를 잃지 않는 사람.
때로는 앞에서 동료를 기다려주고, 때로는 뒤에 동료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거속시’에서 나의 시간이 멈추지 않으면 좋겠다.
나를 제치고 달려나가던 사람을 부러워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달려나갔더니 나중에는 내가 다시 앞서 달리고 있는 경험들을 하면서 더욱 이런 생각이 강해졌다.


마무리

내가 지닌 단 하나의 강점을 누가 묻는다면, 나는 ‘향상심’이라고 답한다.
최근 연봉이나 인센티브에 대한 말들이 참 많은데, 지금은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과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게 우선인 것 같다.

오늘도 고생했다!
토닥토닥